원근법은 무한의 공간을 상상하고 보이지 않는 소실점을 가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건축에서 자주 활용하는 투시도법은 이러한 상상력과 기술에 바탕을 둔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서 무한의 공간을 떠올릴 수 있을까? 비단 도시의 풍경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사람은 무한의 공간을 떠올린다. 예컨대 첩첩이 쌓인 산 뒤를 상상하고, 끝이 없는 바다와 우주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무한한 공간을 꿈꾸는 사람은 모두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한국의 건축에서는 주변 풍경을 빌려오는 차경(借景)의 기술을 이용하며, 서양에서는 원근법을 활용해 공간을 확장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의 건축사무소 STaD가 설계한 주택은 두 방식을 모두 활용했다. ㄷ자로 건물을 배치해 소실점을 만들면서 그 끝에는 자연의 풍경이 머물도록 계획한 집이다. 그리고 ㄷ자로 감싼 공간에는 아늑한 테라스를 조성해 가족을 위한 외부공간을 마련했다. 그럼 더 망설일 필요 없이 사진과 함께 집을 찾아가 보자.
주택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집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외관 디자인이다. 야트막한 경사지 주택가에 지은 오늘의 집은 건물의 높이를 낮게 계획해 수평을 강조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주택 전면은 짙은 회색의 패널과 세로로 붙인 나무 외벽 널이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와 동시에 현관문은 외벽 널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디자인으로 꾸미고 처마 밑도 원목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전면에는 작은 테라스 외부공간을 만들고 난간을 달아 이웃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주택의 진입 방법은 계단을 통해 기단 위로 접근하는 방식이며, 주차공간은 계단 옆을 활용한다.
오늘의 집에서 디자인의 백미를 꼽자면 사진 속 테라스 공간을 말할 수 있다. 건물을 ㄷ자로 배치하고 그 안쪽을 테라스로 계획했다. ㄷ자 형태의 양 끝이 하나의 소실점을 만들고, 사람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자연의 풍경이 기다린다. 덕분에 동양의 차경 아이디어와 서양의 소실점이 함께 만나는 곳에서 무한의 공간을 떠올린다. 테라스에는 나무 데크를 깔고 짙은 색조로 이를 마감해 더욱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살렸다.
또한, 테라스는 양옆의 생활공간과 높이를 맞춰 언제나 안팎을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꾸몄다. 오른쪽에는 가족의 생활공간인 주방, 다이닝 룸 그리고 거실을 배치했으며, 왼쪽에는 자녀의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필요한 상황에 맞춰 커다란 유리문을 여닫아 안팎을 확장한다. 물론 이를 통해 빛과 바람은 실내로 들어와 언제나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저녁 풍경을 확인해 보자. ㄷ자로 배치한 오늘의 집은 그 안쪽에 모두 유리 벽과 문을 설치했다. 이렇게 조성한 외부공간은 주변의 시선을 차단해 거주자의 사생활을 지켜준다. 물론 가족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이웃과 친구를 초대해 즐거운 파티를 함께하기에도 넉넉한 공간이다. 저녁에 조명을 켜자 더욱 온화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더한다. ㄷ자 배치와 원근법 구성이 더욱 잘 드러나도록 테라스를 포착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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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공간은 하얀색 벽과 천장으로 밝고 환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바닥에는 원목 마루를 시공했다. 자연스러운 나무의 질감을 살려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한 인테리어다. 커다란 양쪽의 창이 끌어들인 빛은 하얀색 벽과 천장에 반사되어 구석구석을 밝게 비출 것이다. 그리고 천장에는 매입형 조명을 설치해 단정하고 깔끔한 형태를 지킨다. 전체적인 인테리어와 같은 맥락에서 가구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파란색 좌석을 얹은 흔들의자로 포인트를 줬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얼마든지 공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구성도 돋보인다.
오늘의 집은 주방에 대면식 주방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주방에는 다이닝 룸을 마주 보게 아일랜드 조리대를 배치한 모습이다. 이러한 배치 덕분에 요리하며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음식을 준비하기에 유용하다. 가족의 소통을 중시하는 집이라면 오늘의 집처럼 아일랜드 조리대로 대면식 주방을 구성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또한, 식사 영역은 넓고 개방적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민 주방과 다이닝 룸에는 원목 인테리어로 자연스러운 맛을 가미했다. 다른 공간과 같은 맥락에서 전체적인 느낌을 유지하는 디자인이다.
주방에서 반대편을 바라보고 거실과 테라스를 한눈에 담아낸 사진이다. 거실에는 텔레비전 수납장을 놓고 좌식 생활에 맞춰 꾸몄다. 그리고 왼쪽의 벽에는 높게 창을 내 빛을 끌어들인다. 오른쪽의 커다란 미닫이문은 테라스와 가족의 생활공간을 구분하는데, 문을 열면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진다. 집 안에 머무르면서 밖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거실 끝에는 부부의 침실을 배치했다. 개방적인 실내 구성과 ㄷ자 배치로 무한한 공간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 ㄷ자 배치가 돋보이는 국내 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여기 기사에서는 집 자체가 울타리가 되어 사생활을 지키는 ㄷ자 배치 단독주택을 다룬다.